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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면발 맛으로 먹는 우동, 교다이야 (Y)

 

우동에서 중요한 것은 면발일까, 국물일까. 물론 둘 중 하나라도 맛이 없다면 거론할 가치도 없겠지만, 우동이라는 음식을 먹고 싶게 만드는 요소를 굳이 따지자면 어느 쪽일까?

나는 애초에 걸쭉한 스프류가 아닌 맑은 국물을 후루룩 후루룩 마시는 사람이 아니고, 일본 편의점에 갔을 때 야끼소바와 야끼우동이라는 선택지가 있다면 두 번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반드시 야끼우동을 고른다. 소스가 스며든 쫀득쫀득한 면발을 씹는 느낌이 좋다. 일식 돈가스를 먹을 때도 가능하다면 밥 대신 우동을 주문해서 국물은 목이 막힐 때나 숟가락으로 한두 번 떠먹고 면발은 모조리 먹어 치운다. 그래, 그렇다면 적어도 나는 우동 면발을 좋아하는 것이겠다

우동 면은 독특하다. 보통 둥근 모양을 띠는 각종 면들과 달리 홀로 모난 구석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부피감이 있어서 한 가닥만 먹어도 존재감이 뚜렷하고, 부드러우면서 쫀득쫀득하게 씹힌다. 신기하게도 인스턴트 우동 면의 재현도가 나쁘지 않고 삶는 법도 간단해, 집에서도 아쉬운 대로 썩 괜찮은 우동 한 그릇 정도는 금방 끓일 수 있다. 가볍게 간장으로 간을 한 소고기 불고깃감과 쑥갓을 듬뿍 넣으면 볼륨 넘치는 한 끼 식사를 순식간에…… , 그건 그렇고.

요는, 시판 우동 면이 나쁘지 않긴 하지만 시중에서도 워낙 자주 접하게 되는 탓에, 우동 면에 대한 기준치를 전반적으로 낮춰버린다.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우동 면이 거기서 거기지 뭐. 난 다른 거 먹을래가 되겠고, 긍정적이라고 해봤자 우동 면한테 뭘 더 바라냐? 이 정도면 감지덕지지가 되겠다. 어느 쪽이든 우동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교다이야의 우동을 먹고 나서야 우동 면발에 대한 내 기준치가 턱없이 너그러웠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목동에서 영등포구청을 거쳐 합정역에 안착한 교다이야에서는 사누키 우동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사누키 우동이란 일본 카가와 현(옛 사누키 현)에서 탄생한 우동으로, 굵고 쫀득쫀득한 면발이 특징이다. 사누키라는 이름은 세계 어디서든 쓸 수 있지만 명산·특산·본고장 등의 단어를 사용하려면 물이나 소금 함유량, 숙성 시간 등 공정경쟁규약에 명시된 제조 방식을 따라야 할 만큼 품질 유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교다이야에서는 아무 첨가물 없이 밀가루와 소금물만 넣어서 전통 방식으로 숙성시켜 반죽을 만든다. 그렇다. 수타 우동이다. 그것도 방금 삶아내서 쫀득쫀득 탱탱하니 매력적인, ‘면 맛으로 먹는다는 뜻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우동이다.

교다이야에서 평소 익숙하던 따뜻한 국물에 담긴 우동을 주문하면 조금 놀랄 수도 있다. 사누키 전통 방식으로 우려낸 담백한 우동 국물은 짭짤하고 간간한 간장 육수와 맛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사누키 우동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가래떡처럼 굵직하고 쫀득한 면발이니, 이왕이면 면발의 맛을 최대한 만끽할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주문하자. 따뜻한 면발에 반숙 달걀과 채소 양념을 넣고 비벼 먹는 가마붓카케우동, 뜨거운 면을 가마다시에 찍어서 후르륵 삼키는 가마아게, 차갑고 탱탱한 면발에 육수와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쫄깃한 자루붓카케우동 등을 추천한다.

우동 면은 파스타 등에 비해서 표면이 탱글탱글해 소스가 잘 묻어나지 않는다. 소스가 조금만 묽어도 면발을 들어올리면 금세 주르륵 주르륵 흘러내리고 만다. 하지만 비벼 먹고 찍어 먹는 교다이야의 각종 우동 메뉴는 딱 적당히 묻은 양념이 면발의 매력적인 식감을 훨씬 돋보이게 한다.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면 딱 한 가지, 교다이야에 다녀오자 항상 은근한 불맛이 감도는 국물을 즐기기 위해 찾아가던 우동집에서 면발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일까? 대책을 찾기 전까지, 틈만 나면 드나들게 될 것이 틀림없다.


Writing: 정연주

Picture: 전성진

Blog: 같은 주제 아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모임, 『노네임 포럼』 http://nonameforum.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