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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스타벅스에서 초코 롤링 크로와상 먹은 이야기

스타벅스에서 올해 크리스마스 푸드로 내놓은 베이커리 중 하나. 이외에는 같은 무늬에 색만 다른 초록색 녹차맛 크로와상과 라즈베리맛 크림을 넣은 붉은색(홍국쌀) 크로와상이 있다.

얼마 전에 펌킨 파이 스파이스와 호박 퓌레를 더한 반죽을 겹쳐서 줄무늬 호박 크로와상을 만드는 유튜브 동영상을 보았는데, 그와 유사한 형태에 속에는 진한 초콜릿 크림이 들어가 있다. 만일 이 초콜릿 크림 부분이 없었다면 그냥 쌉싸름한 코코아향 반죽이 한 켜 돌돌 말린 따뜻하고 살짝 눅눅한 크로와상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초콜릿 크림을 넣었다는 이유로 초코 롤링 크로와상을 주문했기 때문에 호빵에서 단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한쪽 끄트머리부터 냠냠 베어 먹기 시작했다.

한 입 먹고, 또 한 입 먹고. 영원처럼 느껴지는 우물거리는 시간을 3분의 1 정도 흘려보내고 나니 초콜릿 크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데웠으니까) 뜨끈뜨끈하고 녹진하고 달콤하구나! 좋구나! 내가 바란 바로 그 알기 쉬운 맛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한 입 더 베어 먹는 순간 반죽이 눌리면서 초콜릿 크림이 용암처럼 손가락과 접시 위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점성이 높아서 손가락이 참으로 따뜻했다. 마치 윌리 웡카 몰래 초콜릿 강에 손가락을 푹 담근 기분이다.

초콜릿 크림으로 범벅이 된 손가락을 일단 핥고(…) 닦은 다음 접시에 흐른 초콜릿 크림에 남은 크로와상을 딥처럼 찍어서 먹기 시작했다. 크로와상의 제일 두꺼운 부분을 통째로 한 입씩 베어 먹기는 물리적으로 무리이니 크게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래도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면 당황하는 모습을 덜 보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가벼운 투정을 부려본다.

하지만 재구매 의사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지나갈 때까지 1주일에 1회 정도로 있다. 원래 나는 버터 향 진한 퍼프 페이스트리 중에서는 초콜릿 스틱을 한두 개 넣고 네모지게 만든 팽 오 쇼콜라 스타일을 크로와상보다 좋아한다. 기름지고 바삭한 퍼프 페이스트리는 크림 베이스의 속을 채워서 볼로방이나 식사용 파이를 만들거나 아예 달콤한 디저트로 방향을 틀었을 때 제일 알기 쉽게 맛있기 때문이다.

물론 크로와상은 그 자체로 맛있다. 하지만 샌드위치로 만들면, 물론 맛은 있지만, 미처 잘리지 않은 켜가 질기게 안으로 파고들면서 깔끔하게 베어 먹기 힘들게 만든다. 덤으로 푸슬푸슬 끝없이 부스러기가 떨어져서 바닷가였다면 갈매기의 습격을 받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그래서 밖에서는 잘 먹지 않는다. 집에서는 아예 파니니처럼 핫 프레스 샌드위치로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디저트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달콤한 재료만 추가하면 버터 향 퍼프 페이스트리는 정말 어떻게 해도 맛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에게도 익숙한 메뉴다. 프렌치 파이! 퍼프 페이스트리에 사과잼을 한 줄 짜 놨을 뿐인데 맛있는 스테디셀러 과자다. 아, 퍼프 페이스트리에 크렘 파티시에르를 바르고 블루베리를 얹은 다음 슈거파우더를 솔솔 뿌려서 끝없이 먹고 싶다.

여하튼 팽 오 쇼콜라는 주로 초콜릿 스틱을 두 개 정도 넣어서 초콜릿 부분을 잘 분배하기 위하여 머리를 쓰면서 먹는다. 그러니 이 초코 롤링 크로와상은 우아한 팽 오 쇼콜라의 욕심쟁이 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으로 자르면 용암처럼 초콜릿이 흘러나오는 초콜릿 퐁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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