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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

복숭아 썰어 먹은 날 복숭아는 어떻게든 여름을 날 수 있게 해주는 자연의 선심 같은 것. 민둥민둥한 천도복숭아보다는 보송보송 털복숭아, 아삭아삭 딱 딱한 복숭아보다 떨어뜨리기라도 했다가는 큰일 나는 말랑말랑한 물복숭아가 좋다. 달콤하고 촉촉하니 천년만년 쌓인 피로도 순식간에 풀리는 기분. 해를 거듭할수록 서 있으면 시시각각 당이 떨어져서, 이제는 요리를 하다 말고 중간에 복숭아부터 한 조각 잘라먹기도 한다. 갑자기 너무너무 먹고 싶어 지면 물로 박박 씻자마자 싱크 대위에서 즙이 뚝뚝 떨어지도록 베어 물기도 한다. 반달 모양으로 쓱쓱 잘라서 접시에 담은 다음 길게 남은심을 빨아먹는 건 과일을 깎은 사람의 특권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일회용 칼과 포크로 일하는 틈틈이 한 조각씩 잘라먹었다. 그냥 심심해서. 가끔 좋아하는 음식을.. 더보기
성격 테스트용, 아보카도 꽃 아보카도에 관해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캘리포니아의 강아지 설이다. 어디서 들었더라.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보카도가 익을 즈음이 되면 거리에 떨어진 아보카도를 주워 먹고 강아지들이 통통하게 살이 찐다고. 강아지 몸매가 아보카도화 된다는 걸까. 생각만 해도 귀엽다. 밥을 먹을 때면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원그래프 그리듯이 머릿속에서 채워본다. 밥은 탄수화물, 고기는 단백질, 채소는 이따 저녁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아보카도는 대체 어떤 부분을 채웠다고 생각하면 좋을지 약간 곤란하다. 무려 과일이라는데 달지는 않고 탄수화물에 지방에 단백질까지 있으니까. 내 마음속에서는 아보카도가 멋대로 삶은 달걀과 버터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지방이니까 숲 속의 버터, 그리고 동글동글한 데다(그렇잖.. 더보기
여름을 좋아하는 법, 소다 젤리 본인이 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아니면 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더우면 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아니면 추울 때 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둘 다 그렇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전자다. 추우면 아 춥다, 코코아나 수프 같은 따뜻한 게 먹고 싶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그라탱도 좋을 것 같은데, 그치만 김치찌개도 괜찮아 등 언제나처럼 잡생각 내지는 먹을 궁리를 끝도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우면? 덥다. 덥다고. 덥단 말이야! 왜 더운데 나는 밖에 나와 있는 거지. 왜 여기는 에어컨을 이거밖에 안 틀지. 언제까지 덥지. 덥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급을 위해 이번 카페에서 다음 카페로 가는 루트를 생각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