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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커피와 커피 케이크와 케이크 커피 케이크라는 단어만큼 처음 듣자마자 그거 참 당연히 태초부터 존재하고 있을 법한 음식이구나 싶은 것도 없다. 커피는 당연히 케이크와 어울리니까. 커피에 케이크를 곁들이나요, 아니면 케이크를 커피에 곁들이나요? 참으로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싶은 질문이다. 생각해보자. 치즈케이크에 커피? 맛있지. 파운드케이크에 커피? 먹고 싶다. 바나나케이크에 커피? 이왕이면 아이싱까지 씌운 걸로! 크레페 케이크, 초콜릿 케이크, 딸기 쇼트케이크, 아, 괴롭다. 커피와 케이크를 한 입이라도 먹지 않고서는 더 이상 한 글자도 쓸 수 없어. 여하튼(커피는 마시고 있지만 아직 케이크는 먹지 못했다). 그러니까 커피 케이크는 이렇게 수많은 선택지에도 불구하고 당당히 커피에 곁들이는 케이크라고 명명된 녀석이다. 반죽에 커피.. 더보기
랍스터를 생각하며 쉬림프롤을 어디서 랍스터가 퐁퐁 솟아 나오는 바닷속 광산이라도 발견된 것일까? 어느 순간 대형 마트에 갈 때마다 집게를 다소곳하게 모으고 빨갛게 익은 채로 얌전히 포장된 랍스터가 보인다. 모조리 꼬리가 댕그랑하니 말려 있다는 특징이 있는데, 랍스터를 길쭉하게 곧은 모양새로 삶으려면 애써 모양을 잡아야 하니 무리도 아니다. 집게발을 휘둘러대는 랍스터를 잡아 펴서 조리용 주걱에 꽁꽁 묶거나, 두 마리를 서로 마주 보게 겹쳐서 묶어 뜨거운 물에 집어넣는 식이다. 이 무슨 호러블한 상황이란 말인가. 그런 고생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깔끔하게 삶은 랍스터를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먹고 싶을 때마다 랍스터를 냉큼 집어 오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아무 때.. 더보기
여름을 좋아하는 법, 소다 젤리 본인이 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아니면 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더우면 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아니면 추울 때 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둘 다 그렇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전자다. 추우면 아 춥다, 코코아나 수프 같은 따뜻한 게 먹고 싶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그라탱도 좋을 것 같은데, 그치만 김치찌개도 괜찮아 등 언제나처럼 잡생각 내지는 먹을 궁리를 끝도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우면? 덥다. 덥다고. 덥단 말이야! 왜 더운데 나는 밖에 나와 있는 거지. 왜 여기는 에어컨을 이거밖에 안 틀지. 언제까지 덥지. 덥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급을 위해 이번 카페에서 다음 카페로 가는 루트를 생각할 .. 더보기
여럿이 뜯어먹기, 체크무늬 마늘빵 체크무늬 마늘빵이 얼마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가 하면,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이름 짓기다. 커다란 빵에 체크무늬로 칼집을 깊게 넣고 치즈에 향신료, 허브를 잔뜩 뿌려서 굽는 이 빵은 주로 풀어파트 브레드 pull apart bread나 크랙 브레드라고 부른다. 왠지 한글로는 영 와 닿지 않는 이름이다. 뜯어먹는 빵, 금 간 빵, 칼집 넣은 빵. 장황하고 구구절절해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고르게 넣은 격자무늬를 반영하여 체크무늬 마늘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제일 어려운 부분을 해결했으니 이제 만들어보자. 빵 사기는 이름 짓기에 이어 그나마 두 번째로 어려운 단계다. 왜냐하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빵을 제대로 사면 체크무늬 마늘빵은 60% 성공이다. 반드시 통으로 된 빵 한 덩어리를.. 더보기
촉촉한 소금벽, 소금 크러스트 감자 ​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소금 크러스트를 직접 만들기 전에는 수많은 궁금증이 존재했다. 소금 크러스트, 그러니까 소금 반죽이라는 게 대체 뭐지? 반죽까지 먹을 수 있나? 애초에 왜 굳이 소금으로 반죽을 만들어서 굽는 걸까? 왜 나는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소금 크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을까? 이 모든 궁금증의 해답은 바닷가에 놀러 가면 먹곤 하는 대하 소금구이의 존재 의의와 비슷하다. 차림새가 강렬해서 존재감이 뚜렷한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소금 반죽은 절대로 먹을 수 없다. 50% 이상이 순수하게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만지고 나서 손을 핥기만 해도 짜다. 왜 핥아봤느냐고는 물어보지 말자. 감자칩을 먹고 나면 손가락을 핥아야 하는 것과 비슷한 반사작.. 더보기
정말 팬 여섯 개가 필요할까, 뵈프 부르기뇽 ​ 보통 평범한 가정에는 팬이 몇 개나 있을까? 혹여나 살다보니 쌓인 팬이 십여 개씩 있다 하더라도 음식을 하면서 그걸 한 번에 다 꺼내서 쓰고 닦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미국에 프랑스 요리를 널리 알린 줄리아 차일드 레시피의 악명 높은 지점도 바로 여기다. 요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팬 대여섯 개를 지지고 볶고 오븐에 집어 넣는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집에 있는 을 꺼내 뵈프 부르기뇽 레시피를 읽으면서 필요한 팬 개수를 세어 봤다. 총 여섯 개가 쓰인다. 물론 나도 대여섯 개를 쓰는 방식으로 배웠다. 재미있달까 아이러니하달까 이렇게 만드는 뵈프 부르기뇽은 주로 프랑스 가정식이라고 불린다. 누가 평일 저녁에 식탁을 차리려고 팬을 여섯 개나 꺼내고 싶을까! 뵈프 부르기뇽의 가정적인 면은 과연 무엇일.. 더보기
봄나물엔 크림, 냉이 감자 그라탕 ​ 얼마 전, 인터넷 장보기에서 여닫는 마개가 달린 1리터들이 수입 생크림을 발견했다. 드디어 꿈꿔왔던 언제나 크림이 샘솟는 냉장고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올레! 그동안은 멸균우유처럼 생긴 자그마한 휘핑크림이나 빨간 오백미리 생크림을 열심히 사서 쟁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본격적으로 쓰기에 양이 부족하고, 오믈렛이나 수프 가니시에 한두 큰술 쓰고 싶어서 적당히 남겨두려 해도 제대로 봉하기 힘들어서 보존하기 마뜩찮다. 하지만 이제 우유병만큼 넉넉한 크기의 크림통이 있으니 마개만 열어서 콸콸 부어 쓸 수 있다. 꿈인가? 냉장고에 항상 크림을 마련해두고 싶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어린 시절 보던 외국 소설에는 크림 단지가 동그마니 놓인 부엌이 자주 등장했기에, 크림 한 통을 갖춰두면 .. 더보기
무엇보다 버섯다운 수프를 끓이리 동화 속 나그네는 단추 하나로 맛있는 수프 한 단지를 끓였다던가. 온 동네 부엌의 자투리 재료를 끌어 모아서 폭폭 끓여 여럿이 나누어 먹었으니 맛있는 수프의 기본 요소를 전부 갖춘 셈이다. 수프란 건 그렇다. 기본만 알면 얼마든지 그때그때 냉장고 속 사정에 맞춰 적당히 맛있게 끓일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버섯 수프만큼은 성에 차게 끓이려면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하다. 평소 수프를 끓이는 법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수프는 토마토나 채소 베이스의 맑은 수프가 아닌 부드러운 크림 수프다. 일단 기본적으로 감자와 양파를 준비한다. 그리고 수프의 주인공인 채소를 결정한다. 옥수수, 브로콜리, 렌틸, 단호박 등이 되겠다. 모든 채소를 잘게 썰어서 버터에 달달 볶다가 닭육수를 붓고, 아니 맹물과 치킨스톡 큐브를 넣..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