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연기를 입히면, 훈제굴과 맥주 비네그레트 꼬르동 블루 기초반에서 간신히 칼질이나마 하고 있을 때 제일 기다리던 수업은 중급반 후반부의 아틀리에였다. 이유는 오로지 하나, 훈제연어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 꼬르동 블루에서는 기초부터 상급까지 모든 수업에서 사용하는 육수 및 기타 재료를 직접 만드는데, 거의 모든 요리에 들어가다시피하는 훈제 삼겹살은 물론이고 끄트머리 한조각까지 남김없이 입에 넣게 되는 훈제연어도 예외가 아니다. 이말인즉슨 채소 스프 한 그릇 만드는 데 두 시간 반이 걸리는 기초 시절부터 끝내주는 훈제연어를 먹으며 중급에 가면 이걸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셰프의 희망고문을 듣게 된다는 뜻이다. 요리야 원래 대부분 굽고 데쳐서 재료의 형질을 바꾸는 과정이라지만, 훈제는 특히 어딘가 연금술 같은 면이 있다. 매캐한 연기를 입.. 더보기 갈등의 고리, 떡볶이와 물떡 작년 이맘때 생일날, 해야할 일도 거쳐야 할 일도 많아 다사다난한 이십대를 떠내보내며 '지긋지긋한 20대가 드디어 끝났다!'고 외칠만큼 속이 시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이를 먹으며 두려움 하나가 묵직하게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으니, 바로 탄수화물 과다섭취다. 고독한 미식가 이노가시라 고로는 어느 날 식사의 국과 반찬에 '돼지고기가 겹치고 말았다'며 찜찜해하지만, 나는 한 식탁 위에서 탄수화물이 겹칠 때 제일 신경이 곤두선다. 감자볶음도 감자조림도 감자전도 사랑해 마지않지만, 그들의 존재가 탄수화물이라는 사실을 새삼 인지하는 순간 더 이상 지금까지와 같은 눈으로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차라리 감자며 고구마를 넣어 밥을 지을 지언정, 서로 다른 그릇에 탄수화물 두 종류가 담긴 밥상을 내 손으로 차릴 수는 .. 더보기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