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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테스트용, 아보카도 꽃 아보카도에 관해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는 캘리포니아의 강아지 설이다. 어디서 들었더라. 캘리포니아에서는 아보카도가 익을 즈음이 되면 거리에 떨어진 아보카도를 주워 먹고 강아지들이 통통하게 살이 찐다고. 강아지 몸매가 아보카도화 된다는 걸까. 생각만 해도 귀엽다. 밥을 먹을 때면 하루에 필요한 영양소를 원그래프 그리듯이 머릿속에서 채워본다. 밥은 탄수화물, 고기는 단백질, 채소는 이따 저녁에, 이런 식이다. 그런데 아보카도는 대체 어떤 부분을 채웠다고 생각하면 좋을지 약간 곤란하다. 무려 과일이라는데 달지는 않고 탄수화물에 지방에 단백질까지 있으니까. 내 마음속에서는 아보카도가 멋대로 삶은 달걀과 버터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지방이니까 숲 속의 버터, 그리고 동글동글한 데다(그렇잖.. 더보기
여름을 좋아하는 법, 소다 젤리 본인이 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아니면 더위를 타는 사람인지 알아보고 싶다면 방법이 하나 있다. 더우면 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아니면 추울 때 춥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하게 되는가? 둘 다 그렇다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전자다. 추우면 아 춥다, 코코아나 수프 같은 따뜻한 게 먹고 싶다, 치즈가 쭉 늘어나는 그라탱도 좋을 것 같은데, 그치만 김치찌개도 괜찮아 등 언제나처럼 잡생각 내지는 먹을 궁리를 끝도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우면? 덥다. 덥다고. 덥단 말이야! 왜 더운데 나는 밖에 나와 있는 거지. 왜 여기는 에어컨을 이거밖에 안 틀지. 언제까지 덥지. 덥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급을 위해 이번 카페에서 다음 카페로 가는 루트를 생각할 .. 더보기
남는 게 어딨어, 열무 스테이크 퀘사디야 퀘사디야를 처음 먹은 곳은 이름도 그리운 베니건스였다. 뭔지도 모르고 인기 메뉴라기에 주문했다가 몬테 크리스토와 함께 고정으로 주문했던 기억이 선연하다. 두툼하게 썰어서 수북한 감자튀김과 함께 나오는 몬테 크리스토와 달리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겉으로 보이는 건 토르티야뿐이지만, 속에 든 건 치즈와 고기니 반드시 맛있을 수밖에 없는 메뉴였다. 유일하게 서러운 점이 있다면 사워크림과 과카몰리가 간장 종지만큼 담겨 나와서 듬뿍 발라 먹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퀘사디야도 타코도 직접 만들어 먹으니 뭐든지 원하는 만큼 얹을 수 있다. 대체로 나의 요리하고 싶은 욕망은 이렇게 원하는 걸 원하는 만큼 먹고 싶다는 욕구에서 기원한다. 과하게, 듬뿍, 너그럽게. 어린 시절의 미묘한 설움 덕분에 퀘사디야를 만들 때.. 더보기
여럿이 뜯어먹기, 체크무늬 마늘빵 체크무늬 마늘빵이 얼마나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인가 하면,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이름 짓기다. 커다란 빵에 체크무늬로 칼집을 깊게 넣고 치즈에 향신료, 허브를 잔뜩 뿌려서 굽는 이 빵은 주로 풀어파트 브레드 pull apart bread나 크랙 브레드라고 부른다. 왠지 한글로는 영 와 닿지 않는 이름이다. 뜯어먹는 빵, 금 간 빵, 칼집 넣은 빵. 장황하고 구구절절해서 성에 차지 않는다. 그래서 고르게 넣은 격자무늬를 반영하여 체크무늬 마늘빵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제일 어려운 부분을 해결했으니 이제 만들어보자. 빵 사기는 이름 짓기에 이어 그나마 두 번째로 어려운 단계다. 왜냐하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니까. 하지만 빵을 제대로 사면 체크무늬 마늘빵은 60% 성공이다. 반드시 통으로 된 빵 한 덩어리를.. 더보기
여유로운 척, 홍차 마시기 베스트3 ​ 눈코 뜰 새 없을 때는 지금 내가 얼마나 넋이라도 있고 없는 상태인지 깨달을 시간도 없다. 한숨 돌리고 나서야 오늘은 차 한 잔 마실 틈도 없었구나, 중얼거리게 된다. 그렇다, 차 한 잔. 홍차와 그를 둘러싼 집기며 간식은 여유의 상징이다. 영국인은 무슨 일이 있어도 티타임을 즐긴다고 놀리는 장면에서는 주로 전쟁터에서 포탄이 터지는데도 티테이블은 먼지 한 톨 없이 차려져 있고 찻잔을 든 손은 미동 없이 굳건하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은 티코지부터 샌드위치까지 챙겨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겠다는 마음이 여유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이미 머릿속에서는 그런 이미지가 몇 단계의 비약을 거쳐서, 카페인을 투약하는 마음으로 복용하는 커피처럼 머그잔에 담아서 모니터에 눈을 고정한 채로 마시더라도 그것이 홍.. 더보기
촉촉한 소금벽, 소금 크러스트 감자 ​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소금 크러스트를 직접 만들기 전에는 수많은 궁금증이 존재했다. 소금 크러스트, 그러니까 소금 반죽이라는 게 대체 뭐지? 반죽까지 먹을 수 있나? 애초에 왜 굳이 소금으로 반죽을 만들어서 굽는 걸까? 왜 나는 존재 자체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소금 크러스트를 만들어보고 싶을까? 이 모든 궁금증의 해답은 바닷가에 놀러 가면 먹곤 하는 대하 소금구이의 존재 의의와 비슷하다. 차림새가 강렬해서 존재감이 뚜렷한데, 생각보다 간단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소금 반죽은 절대로 먹을 수 없다. 50% 이상이 순수하게 소금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만지고 나서 손을 핥기만 해도 짜다. 왜 핥아봤느냐고는 물어보지 말자. 감자칩을 먹고 나면 손가락을 핥아야 하는 것과 비슷한 반사작.. 더보기
정말 팬 여섯 개가 필요할까, 뵈프 부르기뇽 ​ 보통 평범한 가정에는 팬이 몇 개나 있을까? 혹여나 살다보니 쌓인 팬이 십여 개씩 있다 하더라도 음식을 하면서 그걸 한 번에 다 꺼내서 쓰고 닦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미국에 프랑스 요리를 널리 알린 줄리아 차일드 레시피의 악명 높은 지점도 바로 여기다. 요리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팬 대여섯 개를 지지고 볶고 오븐에 집어 넣는다.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 집에 있는 을 꺼내 뵈프 부르기뇽 레시피를 읽으면서 필요한 팬 개수를 세어 봤다. 총 여섯 개가 쓰인다. 물론 나도 대여섯 개를 쓰는 방식으로 배웠다. 재미있달까 아이러니하달까 이렇게 만드는 뵈프 부르기뇽은 주로 프랑스 가정식이라고 불린다. 누가 평일 저녁에 식탁을 차리려고 팬을 여섯 개나 꺼내고 싶을까! 뵈프 부르기뇽의 가정적인 면은 과연 무엇일.. 더보기
봄나물엔 크림, 냉이 감자 그라탕 ​ 얼마 전, 인터넷 장보기에서 여닫는 마개가 달린 1리터들이 수입 생크림을 발견했다. 드디어 꿈꿔왔던 언제나 크림이 샘솟는 냉장고를 갖출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올레! 그동안은 멸균우유처럼 생긴 자그마한 휘핑크림이나 빨간 오백미리 생크림을 열심히 사서 쟁였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본격적으로 쓰기에 양이 부족하고, 오믈렛이나 수프 가니시에 한두 큰술 쓰고 싶어서 적당히 남겨두려 해도 제대로 봉하기 힘들어서 보존하기 마뜩찮다. 하지만 이제 우유병만큼 넉넉한 크기의 크림통이 있으니 마개만 열어서 콸콸 부어 쓸 수 있다. 꿈인가? 냉장고에 항상 크림을 마련해두고 싶은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어린 시절 보던 외국 소설에는 크림 단지가 동그마니 놓인 부엌이 자주 등장했기에, 크림 한 통을 갖춰두면 .. 더보기
우유가 남아도는 날, 포크 인 밀크 우유도 물처럼 정수기에서 받아 쓸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 천지 제일 수요 예측하기 힘든 재료가 우유다. 넉넉하게 사두면 맘놓고 찔끔찔끔 쓰다가 툭하면 유통기한을 넘기고, 아까워서 조금씩 사면 금방 바닥나서 프렌치토스트를 만들 때 손이 떨린다. 이럴 거면 두 배로 사다 놓을 걸! 하지만 그랬다가는 다시 익숙한 과거로 돌아가, 유통기한을 애매하게 이삼일 넘긴 우유통을 들고 이 정도면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고민하게 된다. 묘하게 짧은 우유의 유통기한과 하루에도 두세 번씩 바뀌어서 예측불허한 '이따 뭐 먹지'의 조화가 빚어낸 불행이다. 뭐, 없어서 못 쓸 때는 나가서 사오면 된다. 하지만 묵직한 플라스틱 병에 우유가 절반이나 남아있는데 유통기한이 간당간당 한다면? 벌컥벌컥 마셔 없애는 데도 한계가 있다.. 더보기
부록, 곶감 크림치즈말이 곶감, 특히 반건시의 매력은 햇빛을 받으면 반투명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쫀득쫀득한 속살인데 그림으로 그리니 어딘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원망은 내 손에 맡기고 아쉬운 마음으로 사진을 곁들인다. 레시피랄것도 없는 초간단 간식이자 안주, 곶감 크림치즈말이를 만들어보자. 큼직한 반건시를 사용하면 만들기 더 쉽다. 곶감은 꼭지와 밑동을 잘라내고 반으로 칼집을 넣어 넓게 편다. 볼에 넣어서 잘 푼 크림치즈에 잣이나 호두를 적당량 넣어 잘 섞는다. 곶감에 적당히 넣어서 돌돌 만다. 반건시로 만들었으면 아주 말랑말랑해서 썰기 힘드므로 잠시 냉장고에 넣어서 살짝 단단하게 굳힌다. 반으로 썰어서 단면이 보이도록 꽃잎처럼 모아서 낸다. Writing&Drawing 정연주 Blog: 같은 주제 아래 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