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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이야기

르 꼬르동 블루 이스터 초콜릿 특강. 달걀로 만든 토끼!

 

아니, 분명 이것보다 귀여웠는데. 미묘하게 무서운 얼굴이 되었다.

하비에르 메르카도 제과장의 이스터 버니 초콜릿 공예.

 

3 7일 월요일, 정규도 특강도 전부 요리만 들었던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에서 이스터 초콜릿 특강을 들었다.

 

가끔 요리 수업을 제과 강의실에서 할 때도 있어서 강의실 자체는 익숙했지만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요리 쉐프가 수업 막바지로 갈수록 세 곳에 동시에 존재하면서 오케스트라를 혼자 연주하는 마에스트로 같다면, 초콜릿을 세공하는 제과 쉐프는 발에 못이 박혔다는 사실도 잊고 대리석을 조각하는 데 여념이 없는 예술가 같다. 물론 초콜릿 공예 하나를 완성하는 데 필요한 초콜릿은 냉장고, 스토브, 진열대 등 주방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바쁘게 움직이지만, 심각한 표정으로 초콜릿 토끼에 꼬리를 붙이는 쉐프의 손길에서 예술가의 면모가 엿보인다.

 

하비에르 메르카도 쉐프가 부활절을 기념해서 만든 초콜릿 토끼는 온갖 크기의 달걀 모양 초콜릿을 이리저리 조합해서 만든 만화 같은 토끼다. 토끼 모양 몰드를 구하려고 이곳 저곳 다녀보다 달걀로 토끼를 창조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눈과 귀, 머리털을 붙이기 전까지는 어디가 어떻게 토끼처럼 될 것인지 그저 쉐프를 믿는 수밖에 없었지만, 완성된 모양은 분명 귀여운 토끼였다. 커피빈 초콜릿과 프랄리네 초콜릿을 잔뜩 모아뒀다가 걸려서 당황한 표정의 토끼. 모양을 손으로 다듬을 수 있는 가공한 초콜릿으로 만든 장미와 식용 금박, 화려함을 배가하는 초콜릿 장식으로 꾸민 커다란 부활절 달걀 초콜릿도 함께 선보였다.

 

르 꼬르동 블루에서 요리나 제과 과정을 상급까지 수료하면 은메달을 주고, 요리와 제과를 전부 수료하면 금메달을 준다. 이왕 은메달을 받은 거 금메달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곧바로 은메달에나 감사하자라고 마음먹게 만든 이유가 초콜릿 공예. 디지털 온도계로 끊임없이 초콜릿 온도를 확인하면서 템퍼링하고, 녹아서 사라진다는 게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려면 요리를 할 때와 전혀 다른 뇌를 사용해야 할 테니까. 어느 쪽이 우뇌이고 좌뇌일지는 곰곰이 생각할 때마다 바뀌지만 여하튼 다른 뇌다.

 

먹기만 했던 초콜릿 봉봉을 만드는 과정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몰드에 다른 색 초콜릿을 뿌리거나 반짝이는 식용 색소를 스프레이로 뿌려서 모양을 내는 법이나, 가나슈를 감싼 초콜릿 틀을 살짝 씹으면 파삭 하고 부서질 정도로 얇게 채우는 법을 직접 봤으니 이제 큰일났다. 왜냐하면, 뭐든 만드는 과정을 알면 더 맛있으니까. 그렇지 않아도 헤어나올 수 없는 초콜릿 봉봉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어쩔 수 없지. 인생에는 반드시 초콜릿이 필요하니까.